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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오큘로 008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발췌

Time Fold 2019. 7. 19. 16:15

오큘로 008: A Critical Dictionary of Virtual Reality

 

Front

pg.3

사진의 역사와 영화의 역사가 그러했듯 새로운 기술적 매체가 등장했을 때 그것의 예술적인 가능성을 비평적으로 가늠하기에 유용한 방법은 그것을 기존의 예술적 매체와 나람히 두고 비교해보며 그 시각적 체계의 원리와 특성을 도출해보는 것일테다. 이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규범을 항목화 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시각적 체계의 작동이 촉발하는 광범위한 논의를 위해 장을 마련하고 최소한의 준거를 세워보는 일이다. 또한 동시에 이와 같은 시각적 체계가 스며들 세계가 요청하는 윤리에 대한 숙고이자 도래할 개별 작품에 대한 비평적 수행이라는 다음 국면의 임무에 대한 예비이기도 할 것이다. 

 

Archeology

pg. 10

-볼터와 그루신은 새로운 미디어는 과거의 미디어를 재매개한다고 주장했다. 가상현실은 "몰입적인데, 이것은 미디어를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그 미디어의 목적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미디어가 자신을 지움으로써 투명성을 획득한 사례는 다양하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 르네상스의 원근법 회화,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18세기 말의 매직랜턴, 19세기의 사진과 영화 모두 이미지와 관람자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이었다.

pg.12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는 입체 영상이나 가상의 이미지들이 투명성의 신화에 완벽히 다가서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장치에 불과하다. 완벽한 가상에의 신화는 관람객의 시야에서 현실을 은폐하는 대신 가상을 매개하는 장치들의 흔적까지도 지워야 달성 가능할 것이다.

 

Brand

-VR 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CPND 생태계'라는 용어가 있다. 즉 VR은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유무선통신망network, 디바이스device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Controller

pg.14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가 VR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장치라면 글러브나 햅틱수트, 콘트롤러 등은 그렇게 경험되는 가상공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한 기본적 입력장치이다. 흡사 유령처럼 바라보기만이 허용된 가상현실에서 신체를 소환하고 그에 수행적 힘을 부여하는 도구인 것이다.

-그보다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상호작용 행위라고 한다면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하는 것과 같은 '선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선택이라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영상의 서사를 구성하는 양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안구 추적 기술이 적용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드라마를 감상할 때 캐릭터가 나의 시선에 반응한다면, 나는 그 드라마의 한 캐릭터가 되는 것일까? VR의 상호작용성이 어떻게 예술적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Density

pg.15

높은 해상도의 영상 콘텐츠와 이를 재현할 수 있는 고성능의 디스플레이는 '실제와 같은 생생함'에 대한 유혹과 그를 좇는 열망에 뒤따라 칭송받는다. 특히 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그 성과를 연일 대단한 사건으로 보도하는 디스플레이 제조국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한국에서 그것은 일종의 담론을 형성한다. 반대로 낮은 해상도의 '저화질' 콘텐츠는 하위문화 혹은 예술의 한 양식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해상도 자체가 미학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존의 이미지 생태계와 VR 생태계의 차이는 그 권력이 경험 장치에 집중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해상도는 장치의 성능, 달리 말하면 장치의 가격에 따라 급변하고, VR이 유토피아적인 가상현실에의 몰입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 가상현실은 언제나 격차를 가진다. 왜냐하면 VR에서 낮은 해상도는 신체적인 거부반응, 예컨대 멀미, 구토, 피로감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의 시대'에 아우라는 신자유주의적 계급질서에 따라 서로 다른 형상으로 귀한하는 것일까? VR은 이미 일종의 권력 지형도를 그려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motion

pg.16

-[감정은]  어원적으로 두 개의 라틴어, 바깥 쪽을 의미하는 'e(x)'와 동작이나 활동을 의미하는 'motio'의 합성어이다. 즉 감정은 외부의 개입 없이 주체 내부에서 생성되는 동기나 욕구라기보다는 외부의 자극을 통해 갖게 되는 마음의 상태에 가깝다. 

-영화와 텔레비전과 같은 스크린 기반 영상은 프레임을 통해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했지만, 360도 영상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사방을 찍은 영상을 이어붙여(stitching) 시야각을 넓힌다. 이는 프레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영상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을 확장시켰다고 이해해볼 수 있다. 

-만족스러운 VR체험이란 그것이 사용자에게 얼마만큼 다양한 자극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상황에서 사용자가 얼마만큼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는지와 긴밀히 관련된다. VR 산업이 태동한 초기부터 주목받는 분야가 게임, 스포츠, 성인물 등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감정을 산출하는 VR의 메커니즘과 무관하지 않다. 

 

Frame

pg.17

-VR영상에서는 초당 프레임 수가 90 이하로 떨어지면 메스꺼움이나 방향 감각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pg.18

-미장센을 구성하고 사물적 요소를 배치하는 한계이자 외화면을 가능케하는 전제로서의 프레임은 영화의 중요한 미적, 서사적 장치 중 하나이다. 따라서 프레임의 부재는 미장센의 불가능성과 대안적 서사 발생 모델의 필요성을 동시에 암시하게 되는 것이다. VR에서, 미장센은 프레임 안에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라 시선이 닿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공간 그 자체를 구성해야 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동시에 프레이밍의 주체로서의 관람 신체라는 조건이 부각된다. 

 

Horror

pg.20

영화학자 D. N. 로도윅은 현실의 객관성을 보증하는 지표성이 소거된 디지털의 가상적인 이미지들은 그것이 마치 확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가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진동하는 감각', 즉 언캐니한 감각을 제공한다. 

-관람자는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산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세계의 일원이 된다. 이와 같은 VR영화는 죽음과 관련하여 상상될 수 있는 세계의 어떤 순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mmersion

pg.22

미국의 게임 개발 회사 밸브(Valve)의 VR 연구팀에 의하면, 몰입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 조건들이 필요하다. 80도 이상의 넓은 시야, 세로 1080픽셀 이상의 적절한 해상도, 잔상의 감소, 60Hz 이상의 높은 주사율, 모든 픽셀이 동시에 발광되는 구형 디스플레이, 광학적 보정(calibration), 위치 이동 및 회전 방향의 정확한 추적, 그리고 빠른 반응 속도 등이 그것이다. 

 

Judder

pg.22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메스꺼움의] 이유는 눈이 인지하는 시각 정보가 공간감이나 수평감과 같은 전정지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영상에 코의 이미지를 삽입하는 방식(Nasum Virtualis)을 제안한 바 있다. 

 

Key & Kiss

pg.25

-VR에서 키스는 불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결국 이것은 VR에서 신체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VR이라는 환영, 그 시각성 안에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쓰고 있는 실제 신체를 어떻게 기입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필욘적인 이유는 VR은 언제나 1인칭 시점을 가지고, 그러한 위치의 특정은 자기 자신의 신체의 존재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VR에서 유독 특징적인 것은 자극에 의한 현실효과보다는 오히려 그 여분의 감각정보의 결여가 강조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대상이 나에게 닿을 듯 가까이 오더라도, 그것과 나의 신체는 실제로 닿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것의 냄새, 그것의 소리, 그것의 맛은 언제나 부재할 수 밖에 없다.

-(..)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그러한 기술의 발전을 맹목적으로 종용하며 재현의 불가능성을 외면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과연 VR의 현실효과는 어떻게 하여 발생 가능하고 강화되는지를, 바로 그 매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더 유효해보인다. 여하간 그것은 투명한 현실이 아니라 구성된 시각적 체계이기 때문이다. 

 

Long Shot

pg.26

-VR 영상은 기본적으로 항상 롱숏이다. 왜냐하면 VR은 프레이밍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고, 때문에 어떤 대상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 공간 안에서 대상의 위치를 특정하는 일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VR에서 클로즈업이라는 개념은 불가능한 것일까? (...) 직접 가상현실 공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6DoF 환경에서는 다가서거나 멀어짐의 상호작용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사용자가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이동을 통해 대상을 시야에 아주 가까이 놓아 두는 행위를 편의상 기존의 스크린 기반 영상에서의 클로즈업과 등가적으로 놓아본다면 그 결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자가 대상을 확대시키는 효과로 나타난다면 전자는 대상이 확대된다기 보다는 나의 눈 가까이로 다가오고 결국 나의 상상적 신체와 부딪히게 된다는 감각을 유발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신체와 부딪히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 대상은 돌연 유령적인 것이 된다. 

-이처럼 '과도하게 친밀한' 클로즈업의 경험은 기본적으로 화면과의 물리적 거리가 있기 마련인 다른 영상 매체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Montage

pg.27

-오늘날의 VR 제작자들은 아직 연속편집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그 반대 방향에서, VR에서 숏이 전환될 때 느끼게 되는 불연속성의 감각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몽타주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VR 영상에서는 하나의 숏이 시작하는 순간 그 공간은 이미 하나의 완벽하게 단일한 돔 형태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데쿠파주의 기반이 되는 정교하게 계산된 상상선과 심도는 이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쓴 관람객의 자유로운 고개돌림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데쿠파주는 VR 영상에 이르러 드디어 완성된 것일까? 아니면 적어도 VR 영상에서는 완전히 쓸모없는 개념이 되고 만 것일까? 어떤 면에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초기영화가 편집을 활용한 영화적 공간의 창조와 관련해 겪었던 지각의 문제가 오늘날 VR 영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Narration

pg.29

하지만 VR 작품에서 내레이션은 다시 낯설게 다가온다. 이는 내레이션의 청점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Off-Screen

pg.31

-영화학자 노엘 버치는 외화면을 총 여섯 개의 단면들로 분류한 바 있는데, 화면 상화좌우의 바깥 부분들, 그리고 무대의 후면과 카메라의 후면이 그것이다. 360도 카메라로 촬영된 VR 영상의 경우, 버치의 분류에서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은 무대의 후면밖에는 없다. 

-따라서 VR 영상에 있어서는 무대의 후면이라는 외화면의 존재 또한 종종 미심쩍은 것이 된다. 이 경우 VR의 외화면이란 오직 '사용자의 내면'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사실 VR 영상을 고찰하는 데 있어서는 내화면과 외화면이라는 전통적인 영화적 개념보다는 내각(inner shell)과 외각(outer shell)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편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Point-of-View

pg.32

영화에서 시점숏은 한 인물의 시점에서 상황을 보고 있음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촬영된 숏을 가리킨다. 그런데 모든 숏이 사용자의 시점에서 제공된다고 할 수 있는 VR에서 시점숏이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VR은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온전한 의미에서의 시점숏이란 것을 가능케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VR이 제공하는 시점이라는 것이 반드시 사용자의 시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VR 영화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어떤 타인의 몸에 깃든 유령의 입장에서 그 타인의 시선으로 상황을 관찰하게끔 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시점은 이중화된다. 

 

Quantum Story Theory

pg.34

-이야기 양자론은 VR 인터랙티브 환경에서 서사는 전체적으로 미리 결정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양자들로 구성되며 사용자가 스스로의 행위와 선택을 통해 이야기 양자의 중첩 상태를 차츰차츰 붕괴시키면서 자신만의 서사를 엮어 나가게끔 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Reverse Shot

pg.35

-VR 영상은 기본적으로 1인칭 시점을 취하며 이 시점에서 가상공산의 360도 전면을 관찰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외화면이 없거나 불분명하다. 

-사실 VR에서 전통적 영화의 숏/역숏 구조가 어떻게 은밀히 재생산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990년대 후반 레프 마노비치의 통찰력 있는 주장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는 VR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의 미학은 정신분산(distraction)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20세기 좌파 아방가르드 미학(벤야민, 루카치)과 놀랄만큼 친화성을 띠고 있는 것인데도,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설계자들은 주체(관람자 혹은 사용자)의 시간적 경험을 일련의 주기적 이동(periodic shifts)으로 구조화하려 시도하는 경향이 있음을 간파했다. 

-마노비치는 이런 구조는 참여적이거나 자유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숏/역숏 구조와 비교될 만한 것으로서 새로운 종류의 봉합 기제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User Interface

pg.39

-스크린 없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궁극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빛 자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뇌에 직접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인 시냅틱 인터페이스 또한 실험, 개발 중이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별도의 몸의 움직임 없이 뇌의 활동만으로 VR 환경과 상호작용하게끔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도 결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기술은 이미지 지각의 기본이 되는 빛 자체를 폐지하면서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사 일체에 위협을 가하려는 중이라고 보야할까? 영화에 대해 고찰할 때 기술과 관념의 관계를 전도시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앙드레 바쟁의 통찰을 다시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바쟁의 견해를 참고하자면 VR과 관련된 오늘날의 기술은 영화의 적이 아니라 바로 영화 자체가 불러들인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하고 이루어지는 VR에 대한 모든 논의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와 그것의 이미지 사이의 거리가 한없이 가까워져만 가는 시대를 낳는 신화의 이름이 영화라고 한다면, 이와 관련해 우리가 보다 시급히 모색해야 할 것은 매체의 미학이 아니라 그 세계를 마주하게 될 이들을 위한 윤리학일 것이다. 

 

Wunderkammer

pg.41

-VR 영상의 중요한 활용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분더캄머이다. '경이의 방'이라는 말로 바꾸어 쓸 수도 있는 이 용어 혹은 개념은 수집가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맞는 여러 분야의 각종 사물들을 한자리에 배치해 둔 공간을 말한다. 

 

Xtended Reality

pg.43

-확장현실(XR)은 현실, 가상, 그리고 두 세계에 대한 인간의 상호작용을 결합한 것을 가리킨다. 비교적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이 용어는 개념적으로 증강현실, 가상현실, 그리고 혼합현실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그러한 기술의 결합이 일으킬 또 다른 형식의 현실을 지칭한다. 확장현실은 미래의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여러 형식의 현실들이 이음매 없이 연결되는 가운데 그러한 가상의 세계에서 인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행위할 수 있음을 뜻한다. 

-기존의 현실-가상 연속체 개념은 가상을 보여주고 지각하게 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최근의 확장현실은 그 세계가 매개하는 환경, 인물, 객체들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에 방점을 둔다. 

-확장현실, 그것은 완벽한 현실과 완벽한 가상 사이에 펼쳐진 모든 영역을 포함하는 일종의 초집합(superset)이다. 

 

Zone

<비장소>의 마르크 오제에 따르면 장소는 정체성과 관련되고 관계적이고 역사적인 것으로 규정될 수 있는 반면, 비장소는 정체성과 관련되지도 않으며 관계적이지도 역사적이지도 않은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개인들은 입장(혹은 로그인)하고 퇴장(혹은 로그아웃)할 때에만 정체성(이름이나 주소)이 확인되고 위치가 정해진다. 그렇다면 VR 기술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제공하려 하는 것은 일종의 비장소일까? 오제는 공간이란 하나의 장소가 아닌 장소들의 실천이며 장소들을 가로지르는 움직임이 없이는 비장소란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VR이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이 세계가 어떤 장소(정체성, 관계성, 역사성)와 접속되어 있으며 또 접속하려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한 접속이 없이 오롯이 나름의 방식만으로만 움직이는 곳은 '구역(zone)'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