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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ouan Mriziga <Libya> 본문

Review

Radouan Mriziga <Libya>

Time Fold 2024. 8. 17. 22:38

23.05.17, Kunstenfestivaldesarts

북부 아프리카에 오랜 시간 살아 온 Amazigh 사람들의 지식은 구전과 시, 노래로 전해져 내려왔는데, 문헌화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서구적 지식 체계로 편입될 수 없는, 지식으로 간주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므리지가는 이 지식을 다시 소환하면서도 어떻게 그 지식을 서구적 인식론으로 포획하지 않을 수 있을지, 다른 방식의 인식론, 즉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지식의 형태가 있을지 고민한다. 놀라운 것은 이 터무니 없는 시도가 어느 정도 실제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4세대에 걸친 다양한 연령대의 8명의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는 과거에 우리가 지녔으리라 짐작되는 지혜가 이론과 언어 너머의 추상의 영역에서, 하지만 아주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형태로 와 닿는다. 정확히 내가 알게된 그 지식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 1+1=2의 언어로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8개의 원소가 만들어내는 성좌와 흐름, 조합과 분리, 그 안에서 인간이 동화되고 기쁨을 느끼고 또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을 언어의 영역 너머에서 몸으로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토크에서 타렉 아부 엘 페투가 뉴질랜드의 어떤 부족은 깜깜한 암실에 있어도 동서남북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자기 몸에 지구와 연결된 방향감각이 하나의 지식 체계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생기고 나서 전화번호를 외우는 능력이 퇴화되었듯이 나침반이 생기고 나서 사라진 지식 중 하나일 것이다. 

작품에서  동작은 오히려 매우 단순했는데, 그러면서도 모두 각각의 개별적이고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성질들은 일련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참여했다. 무용수들은 기량이나 정체성, 자아를 뽐내는 것에 급급한 대신 다른 이와 이렇게 연결을 시도하며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뒷구르기나 박수치기, 전통적인 느낌의 스텝 같은 단순한 요소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하나의 일체감을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했다.

다른 시간성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다. 양쪽에 투사된 사막의 풍경은 다른 리듬으로 흐르는 시간을 감각하는 것을 돕는다. 퍼포머들의 연령대도 그렇고, 작품이 구성된 방식도, 양쪽에서 해가 뜨고 지는 사막의 풍경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결코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풍경이라는 작품 설명이 말하는 것처럼, 작품에서 몸으로 그리는 이야기들은 수세기를 단숨에 관통하기도 하고 또 빙글빙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가 아주 작은 단위의 원소였던 시절에 가닿는 것 같기도 한다. 

어떤 한 집단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소환하면서 오리엔탈리즘이나 과거를 이상화하는 낭만주의에 빠지지 않기란 어렵다. 아마도 실제로 이 작품이 그렇게 느껴진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몸과 움직임, 시와 추상으로 전달된 그 "지식"이 마냥 이국적이고 낯설어서 신기한 정보가 아니라, 매우 친숙하면서도 잃어버린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의 몸에 언젠가는 담겼을, 그리고 지금도 아주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을 오래토록 내려온 인류의 지혜의 한 조각이었을 것이다.

"So what could a proposal for an Amazigh epistemology be, while no books were written by the Amazigh to fixate their historiographical canon? Maybe such epistemology can be made of nothing else but poems, tales, choreography, body movements, objects, and tapestries." (작품 소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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