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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춤의 가능성-북유럽 무용가를 중심으로 이 글은 2020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자율형리서치 사업의 일환으로 전개했던 리서치 내용을 갈무리 한 것이다. 리서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온라인을 경유하지 않으면서도 예술가들이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프로젝트가 특히 오늘날 우리에게 상실된 경험과 감각을 다시금 생성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간 무용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담론을 이끌어 온 북유럽 출신의 무용가들을 중심으로 리서치를 했고, 메테 잉바르센, 메테 에드바르센, 마텐 스팽베르크 등 세 명의 북유럽 예술가들에게서 나름의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그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작품..
축제라는 항해, 그리고 우리 앞에 떠오른 것들 내가 일했던 축제들은 항해와 닮아 있었다. 바다에 오른 배는 저만의 생명을 지닌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배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눈이 번쩍 뜨이는 혁신, 찰나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그 발견을 마주하는 순간에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갑자기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아마 나의 동료 선원들과 승객들도 그런 경험 때문에 매년 축제를 다시 찾아왔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고 또 그러한 세계를 만드는 것에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드는 그런 항해였다. 목적지는 언제나 뚜렷한 좌표가 아니라 수평선 너머 어딘가였지만 바람의 흐름을 읽고, 별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방향을 수정하며 거침없이 나아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
What worlds make stories, what stories make worlds?-The multiple worlds spawned by Theater der Welt 2023 “It matters what matters we use to think other matters with; it matters what stories we tell to tell other stories with… It matters what stories make worlds, what worlds make stories.” -Donna Haraway, Staying with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ceneSince it was founded in 1981, Theater der..
예술경영 408호_2018.8.2.(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11년 발간한 「국제공동제작 매뉴얼」에 따르면 공연예술의 국제공동제작(international co-production)이란 ‘여러 국가의 제작 파트너가 계약을 맺어 제작 또는 과정 지향적 프로젝트의 창작 및 유통을 지원하는 것’을 가리킨다. 매뉴얼에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하는데, 하나는 ‘공동투자 모델’로 여러 기관, 축제, 극장이 한 예술가의 신작에 공동으로 제작비를 지원하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협력 모델’로 여러 예술가가 협력하여 한 작품을 만드는 형태이다. 국제 공연예술계에서는 ‘공동제작’이라고 하면 전자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 진행되는 ‘공동제작’은 콜라보레이션의 성격을 띄는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
예술경영지원센터 웹진 443호 / 2020.4.16 예술경영 44호_2020.4.16.예술경영 443호_2020.4.16.예술경영 443호_2020.4.16.http://www.gokams.or.kr/webzine/wNew/column/column_view.asp?idx=2322&page=1&c_idx=85&searchString=&c_idx_2= 신속하고 단순하게, 해외 팬데믹 문화예술 대응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 분야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문화예술계는 주로 여러 사람이 현장에 모여 함께 즐...www.gokams.or.kr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 분야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문화예술계는 주로 여러 사람이 현장에 모여 함께..
영화와 연극의 비교론에 대한 동시대 공연의 시사점 1. 서론 앙드레 바쟁은 『영화란 무엇인가What is Cinema』에서 “연극과 영화”라는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연극에 대비되는 영화의 본질적 특성을 살피고 있다. 그는 연극 무대를 그대로 촬영으로 옮긴 ‘영화화된 연극filmed theater’을 비판하며 영화가 연극의 미학 논리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인 언어로 독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연극을 미학적 절대값으로 상정하고 영화는 연극에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근접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최적의 환경에서 모든 조건을 충족하여도 그 충직한 하인이 되는 것에 그친다고 보았다”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바쟁의 논의에서 연극은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확립된 견고한 예술 체..
Understanding the Notion of the “Ruin” in Jacques Derrida’s Memoirs of the Blind and its Implications for Performing Arts 1. Introduction Perhaps it is inevitable that we turn to the idea of the ‘ruin’ today, living in a world surrounded by the wreckages of the past and present. Empires have collapsed, modernity has left torn ideals, and today’s industrial capitalism pours out newly made ruins e..
텅 빈 공동에서 상실을 애도하기 (Mourning the Loss from Emptiness) 들어가며 페미니스트 공연 이론가 페기 펠란(Peggy Phelan)은 『섹스를 애도하기(Mourning Sex)』에서 어쩌면 연극과 퍼포먼스는 상실을 연습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녀에 의하면 인간은 자궁에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며 겪게 되는 매 순간의 상실을 애도할 수 있도록 태어난다. 그리고 공연은 그러한 상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공연에서 모든 가시적인 것은 사라짐을 전제로 현현한다. 극장은 실시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사라짐을 경험하고 그에 대한 애도를 체현하는 공간이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상실을 체현하고 애도하며, 한 걸음 더 나..
벤야민의 유희 개념과 포스트댄스 담론 들어가며 본 소논문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유희Spielen 개념이 오늘날 ‘포스트댄스’로 불리는 무용 담론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벤야민에게 있어 유희공간Spielraum은 자연과 인류의 상호작용을 예행할 수 있는 실험적 반복의 장이자 혁명이 태동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이었다. 당시 벤야민은 이러한 유희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체가 영화라고 보았다. 그러나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잠식한 오늘날의 영화 산업에서 실험과 변혁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그러한 유희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적극적인 시도는 현재 무용계에서 진행 중인 포스트댄스 논의에서 포착된다. 포스트댄스 담론은 20세기 말 ‘신체’에서 ‘개념’으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