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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0.01 잘츠부르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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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0.01 잘츠부르크

Time Fold 2020. 1. 24. 07:25

1. 메테 에드바센 <No Title>, @ Performing New Europe

 최소한으로 많은 것을 감각케 하는 공연이다. 메테 에드바센이 공연 시간 내내 눈을 감고 말을 이어간다. "Beginning-gone"으로 시작해서 춤과 빛과 기억과 역사와 지구온난화와 A와 B와 A로부터 B로의 경로와 슈뢰딩어의 고양이와 극장과 관객 모두 하나씩 사라진다. "darkness-gone," 종국에는 어둠까지도. 사라짐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딱 맞아 떨어지기도 하고 (이를테면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시작이 사라지는 것처럼) 미끄러지기도 한다. 공연이라는 예술의 유한성을 생각하게 하다가도, 인간의 몸과 이 지구 위의 생명, 종국에는 시간과 빛까지도 결국은 모든 것이 소멸을 향해 다가가는 것만 같은 아득한 무(無)의 감각이 밀려든다. 그러나 그건 허무함과는 조금 다른 정동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서의 '눈 멈' 혹은 '사라짐'은 레페키가 말하는 암흑, 즉 빛이라는 이성, 계몽, 시각의 우위로부터 멀어진, 하지만 그로써 잠재성을 획득하는 암흑이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공간이 암전이 되는 순간 공연은 관객 저마다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갑자기 불이 탁 켜지며, 'gone.' 아하, 빛이 이토록 많은 것을 사라지게 하는구나, 깨닫게 된다. 암흑의 무한함을 아주 잠깐 엿본 것 같은 느낌. 스팽크베르크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비슷한 맥락에서, 메테 에드바센 역시 상실에서 생겨나는 공동, 비워냄으로써 무언가가 발생할 수 있는 그 상상 너머의 것에 다가간다. 

2. 크리스티나 치우프케 & 보리스 하우프 <Life and Death of a Melody> @ Performing New Europe

공연은 약 20분 정도 동안 양팔을 일정한 속도로 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명은 희미하고 무언가가 원심력을 가지고 휙휙 도는 소리가(팔을 빨리 돌리거나 그 소리를 증폭하면 저런 소리가 날 것  같은) 서로 다른 속도로 두 스피커에서 나오며 변주된다. 분명히 댄서는 똑같은 속도로 팔을 돌리고 있는데, 그 동작이 소리 때문에 동시에 아주 천천히 늘어나거나, 아주 빨리 휘감기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발생하면서 시간의 속도와 연속성이 모두 기묘하게 뒤틀린다. 한 동작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는 느낌이랄까. 그건 분명히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난 조명 길을 따라 아주 천천히 완벽하게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몸의 기하학을 만드는 것도 나름 밀도가 높았다. 그러나 커튼이 떨어지고 갑자기 초록 조명 아래 사운드맨이 디제잉 하는 쇼가 시작되고, 무대는 포그로 가득차고, 다시 등장한 퍼포머가 온통 가짜인 동작을 하며 우스꽝스러워지는 순간, 앞에서의 몰입감은 다 무엇이었나 싶다. 같은 공연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물론 댄서의 완벽한 동작이나 몸에 집중하도록 강요했던 앞부분도 역시 자아 과잉이라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뒤는 뭐라고 말하기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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